세한도 / 김선태
세한도 / 김선태
비틀비틀 따라온 길이 하나 가파르게 집에 닿는다
외진 바다 기슭, 집은 그렇게 엎드려 있다
바다에는 무거운 침묵의 섬들 여럿 떠 있고
날마다 황혼은 외론 마음을 불태우며 떨어진다
솔가지 꺾어 아궁이 불 지필 때 나는 저녁연기
저 혼자 눈물겹다, 꺼질 듯한 등불을 내건 집
방바닥처럼 차디차다, 이불 한 장에 덮은 마음
거기 공복의 쓰린 희망 하나 단정하게 누워 있다
유리창 너머로 밤이 페인트처럼 흘러내린다
돌연 어제와 오늘의 풍경을 지우는 어둠은 고맙다
불을 끄고 마음도 끄니 세상이 한없이 넉넉하다
밤새 파도가 물어뜯는지 바다 기슭이 온통 아프다
지극하구나, 상처를 사납게 읽고 가는 저 바람소리
여기까지 와서야 나는 세상을 다시 본다
어둠 한 장 위에 엎어져 시를 지우고 시를 쓴다
유리창에 성에꽃 만발하다
김선태 시인
1960년 전남 강진 출생으로 목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국문학 석사, 원광대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와 [현대문학]에 시가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1996년 6월부터 약 1년간 월간 [레일로드]에 남도에 산하를 소개하는 '이 달의 여정'을 연재한 바 있다. 시집으로 <간이역>(1997, 문학세계사), 연구서로 <김현구 시연구>(1998, 국학자료원)이 있다. 현재 목포대학교 국어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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