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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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약 외 1편 / 백인덕


오래된 약(藥) / 백인덕

 

비 오다 잠깐 갠 틈
책장 사이 수북한 먼지를 털자
어디다 쓰는지 알 수 없는
알약 몇 개 떨어진다.

 

언제,
어디가 아팠던가? 무심한
손길이 쓰레기통 뚜껑을 열자
스멀대며 퍼지는 통증 한줄기.

 

약은 몸에 버려야 제격.
마른침으로 헌 약을 삼켜버린다.
그 약에 맞춰 몹쓸 병이나 키우면
또 한 계절이 붉게 스러지리.

 

 

 

명(鳴) / 백인덕

 

수도꼭지를 잘못 잠갔는지
설핏 잠결에
웬 처녀의 노란 하이힐 소리.
비스듬히 누운 왼쪽 귀로 걸어온다.
-끝만 말려 올라간 노란 편지들,
다시 돌아눕기 귀찮아
온 영혼을
왼쪽 귀에 옮겨놓으니,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분명하다.
어쩐다,
어쩐다,
슬그머니 일어나 동그란 비수 아래
흰 모가지를 늘여 들이민다.
-관통당한 시간의 푸른 내부들,
아침이면
한바탕 하늘이 울어주리라.

 

시집 <오래된 약> 2004년 [리토피아]

 

백인덕 시인


1964년 서울에서 출생
한양대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
199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현재는 한양대 국문과 강사, 한양여전 문예창작과 강사,
웹매거진 『시단』의 편집위원
2004년 시집 『오래된 약 』 리토피아

 

 

 사람의 기억으로 입력된 관념의 질서는 아주 놀랍도록 '질서 있다' 라는 것이다 개미라고 배운 곤충을 다른 이름으로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아예 모르면 답하지 않는 것이 사람의 기억 속에 관념으로 자리 잡은 기억들의 질서다. 우리는 이러한 질서를 얼마만큼 파괴하느냐에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 낸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관념화된 질서는 새로운 기억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이러한 관측에서 백인덕 시인의 시 "명鳴"은 울 명자라는 한자음을 써 삶 속에 각인된 관념의 소리들을 말하고 있다. 잠근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여자의 하이힐 소리처럼 들리고, 모른 척 돌아누워 보면 분명 물방울 소리이고, 우리는 이런 분명한 사실을 아름답게 생각하며 찌든 삶의 뒷모습을 잊고 살아가는지 모른다 고요가 가져다 주는 공명의 물소리, 시인의 가슴을 울렸던 그 여자의 하이힐 소리처럼 삶의 심장 속으로 걸어가는 듯 하다

 -임영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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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31 12:50 2009/07/3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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