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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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한 자루


 

 

 

 

 

 퇴근해서 아이들이랑 노는데 쇼파 밑에 몽당연필 하나가 뒹굴고 있었다.

 

자동 연필깎기를 쓰는 것이 익숙하다보니 이렇게 짧은 연필들은 애물단지가 되어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옛날에 어렸을적에 아부지께서 만들어주셨던 몽당연필 사용법이 생각나 만들어봤다. 

 

 

 

 

요즘 아이들이나 모를까 이렇게 만드는걸 모르는 30대 이상의 대한민국 어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연필이 흔하고 값이 싸다보니 그냥 버려지는 것에 어릴 때부터 둔감해진다.

 

이런 거 만드는 시간에 새 연필로 공부를 더 시키는게 효율적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냥 쉽게 버리고 다시 새 것을 사는 것에 익숙하지 못할 뿐더러

 

내 아들녀석들 또한 못난 아비의 낡은 습성을 닮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깎아주시던 잘 생긴 연필이 생각난다.

 

20원짜리 까만 손잡이의 연필칼로 슥삭 슥삭 왼손으로 연필을 돌리면서 오른손은 정교하게 깎아내시던 모습

 

필통에 서너 자루 채워주시면서 흐뭇해하시던 그 웃음이 이제야 새삼 가슴에 사무친다.

 

그리고 손에 잡기가 불편할 정도로 짧아진 몽당연필을 이렇게 끼워 주시던 ㅇ ㅏ  ㅂ ㅓ  ㅈ ㅣ ~ ~

 

 

 

 

 

 

 어느덧 30여년의 세월이 흘러

 

나는 내 아이의 몽당연필을 깎아주는 아버지가 되었다.

 

 

 

 

 

 

 앞으로 또 30년 후..

 

 

 

나와 내 아들녀석, 그리고 어느 먼 우주를 배회하고 있을 내 손주녀석은 어떤 모습으로 만날까?

 

그때는 연필과 종이가 남아 있을지 조차 확신할 수 없겠지??

 

 

 

 

 

...

 

 

 내년이면 녀석도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이제 겨우 글자를 읽고 쓰는 이 녀석이 강남 못지 않은 치맛바람을 자랑하는

 

대형 주상복합 아파트 밀집지역인 이 동네 초등학교에 잘 적응할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그 또한 녀석의 인생인 것을..

 

 

 

아빠가 녀석에게 줄 수 있는 것 그리고 녀석에게 바라는 것은 그리 크지 않다.

 

작은 몽당연필 한 자루 소중한 줄 알고 아끼고 감사하는 것

 

그게 몸에 자연스레 스며들면 녀석이 인생에서 찾아야할 幸福 또한 그리 크고 멀지 않다고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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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6 16:45 2008/06/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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